🍊 포기에도 완벽한 타이밍이 있을까요?얼마 전 상고대를 보겠다며 호기롭게 덕유산 등산에 나섰어요. 제가 평소에 등산하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 잘 몰라서 용감했던 걸까요? 예쁜 눈꽃 사진에 홀린 듯 새벽부터 차를 타고 무주로 달렸어요. 쌓인 눈과 얼음으로 익숙하지 않은 길과 추운 날씨에 온몸은 잔뜩 긴장했지만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두 시간쯤 지났을 때 오른쪽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시작되었는데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쉬지 않고 걸었거든요.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가파른 구간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오른쪽 다리에 힘을 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어요. 다시 내려갈까 고민을 하면서도 '너무 아깝다'는 생각과 '질 수 없지'하는 괜한 오기가 발동되는 거예요. 절뚝이며 걷는 열 걸음에 한 번씩 쉬기를 반복하며 1,300m쯤 올랐을 때, 이미 4시간이 흘렀고 저는 포기를 외치며 결국 하산을 결정했습니다. 왼쪽 다리마저 통증이 심해졌거든요. 그렇게 또다시 4시간이 걸려 하산하는 동안 두 다리의 통증과 무감각을 반복하며, '더 빨리 포기했더라면'하는 생각을 자꾸만 했어요. 우리가 흔히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포기에도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란 게 있을까요? 잘 모르겠더라고요. 포기의 시점에 따라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모두 있었고 그중 뭐가 더 중요한지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고요. 이형기 시인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말했지만, 평범한 저는 그때가 언제인지 분명히 알지 못할 때가 더 많아서 저의 선택을 응원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식으로 마음을 달래보려 합니다. 독자님도 무언가 시작했던 일을 멈추어야 할 때, 또는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제 그만 보내주어야 할 때가 있지 않나요? 아쉬운 마음이 독자님의 그간의 노력을 덮어버리지 않도록, 지금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과정에서 얻었던 즐겁고 의미 있었던 순간을 기억해보세요. '완벽한 타이밍'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인지도 몰라요.
- 누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