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筆寫)를 해요저번 주 줄곧 '필사'에 관해 생각했어요. 베끼어 쓴다는 의미의 단어예요. 왜 계속 생각이 났냐면, 좋아하는 코미디언의 습관이 필사인데, 그 사람이 "한 문장만 마음에 와닿아도 그건 내겐 좋은 책이에요. 그래서 짬 날 때마다 발췌를 해요"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너무나도 다정해서 잊히지 않았습니다. 저도 읽을거리에서 좋은 문장들을 보면 베끼어 쓰곤 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일단 오래 걸렸습니다. 책과 문장을 고심해서 고르고, 나름의 정성을 들여 쓰고, 쓴 뒤에 또 들여다보니 한 번 할 때마다 시간이 훌쩍 갔어요.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시작하면 작가, 그 책 하면 떠오르는 사람, 물건, 특정 시간과 장소, 또 책과 문장을 고른 나란 사람 같은 것들을 사색하게 되더라고요. 필사는 문장을 그저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사색한 것들을 눌러 쓰는 각인이었고, 마음에 의미도 꾹꾹 새기는 애정이었어요. 해서, 코미디언의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잘은 몰라도 그는 단 한 문장에도 애정을 쏟고, 단 한 문장으로도 책 전체를 좋아해 버릴 수 있는 사람이겠죠? 그런 사람이 준 웃음으로 앞으로 몇 번의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다시 필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얇은 노트 하나라도 채워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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