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이 보여주는 시간 얼마 전 집에 있는 책 중 200권 정도를 정리했습니다. 중고 책방에 판 것도 있고, 많이 낡은 책은 아쉽지만 폐기하게 되었어요. 책장에 더 이상 꽂을 자리가 없어 시작한 일이었는데 작별할 책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 책도 있었고,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놓고 펼쳐보지 않은 책도 있었습니다. 책등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지난 몇 년간 제가 무엇에 마음을 쏟았는지가 대강 보였습니다. 한때는 너무 좋아한 나머지 여러 번 들춰본 책인데 이제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책도 있었고요. 제 관심사가 계속 변하고 또 저 또한 몇 년 사이에 꽤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책을 골라내고 박스에 담았는데, 담는 과정에서 여전히 망설여지는 책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필요 없지만 갑자기 다시 찾아보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그때 괜히 팔았다고 후회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걱정하다 보면 끝도 없을 것 같아 마음을 굳게 먹고 박스에 담았어요. 책이 빠져나간 책장에는 오랜만에 빈칸이 생겼습니다. 방도 조금 가벼워진 것 같고요. 무엇을 떠나보낼 수 있는지를 보면서 지금의 제 마음과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가뿐한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 산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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