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오렌지레터의 인사말도 달랐었죠? 여러분 봄이에요, 여름이에요, 가을이에요, 너무 추워요, 하면서요. 그렇게 꼬박 또 한 해를 보내고 어느덧 올해의 끝자락에 서게 되었어요. 저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평소보다 에너지가 많이 가라앉는데요. 울적한 정서라기 보다는 한층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겉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만큼 그 일을 받아들일 때의 제 감정은 어떤 상태였는지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게 돼요.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저 혼자만이 알 수 있는 거예요. 이 시간을 놓치고 나면 어떤 기억 위로 다른 포장지가 겹겹이 쌓여 진짜 나의 감정이 왜곡되기 쉽더라고요. 그래서 연말에는 꼭 짬을 내서라도 아주 조용한 공간으로 숨어들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곤 한답니다. 여러분이 올해 어떤 목표와 계획을 세웠는지 저는 알 수 없지만, 그 결과를 단순히 달성/미달성으로 정리할 수는 없을 거예요. 지금 이 시간을 나 자신에게 가혹한 평가를 하고 다음을 위한 준비로 쓰기보다는 오롯이 여러분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시길 바랄게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그리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