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름, 하면 페스티벌, 복숭아와 수박, 피부를 파고드는 햇빛 같은 것들을 떠올리곤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페스티벌에 다녀오면서 제가 변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전만큼 음악을 듣고 뛰어노는 일이 즐겁지 않더라고요. 그날의 기분 탓이었을 수도 있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페스티벌에서 친구들과 놀 시간을 고대하며 여름을 기다리곤 했던 제가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으면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당연한 사실 앞에서 잠시 쓸쓸해졌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황정은 작가의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름, 하면 '더위'를 떠올려도 곧 '휴가'라는 말을 함께 떠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여름, 하면 재난 수준의 날씨를 먼저 생각"한다는 이야기였어요. 따가운 햇빛 아래 놓일 아버지의 맨머리를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 글을 읽고 나니, 제가 여름을 예전처럼 기다리지 않게 된 일도 단순히 취향이나 체력의 문제만은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사건은 어떤 계절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니까요. 저에게 이제 여름은 마냥 신나는 계절이라기보다,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도 무엇을 계속 기대하거나 소중히 여기고 싶은지 묻게 하는 계절이 된 것 같습니다. 독자님은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