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잠시 제주에 머물렀는데 그때 아주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렌터카를 반납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강정천이 있었어요. 바다와 만나는 강정천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데, 이날은 마침 날씨도 좋아 잠시 멈춰서 강정천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뒤에서 제 이름을 불렀어요. 조금 전만 해도 그 길엔 아무도 없었는데 '대체 누구지?' 하는 놀란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어요. 10년쯤 전에 마지막으로 연락하고 그 뒤로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했던 친구가 서 있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만나 갑작스럽고 얼얼해서 둘 다 한동안 횡설수설했어요. 알고 보니 친구는 강정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고, 마침 회사를 조퇴하고 산책하던 길에 저를 본 거였죠. 저는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 예약 시간보다 일찍 렌터카를 반납했고, 가려고 했던 빵집이 문을 닫아 근처에 보이는 식당에 들러 밥을 포장해 나오던 길이었는데요. 이 모든 우연이 겹쳐서 저희가 거기서 마주친 게 정말 놀라웠어요. 친구가 저를 알아본 것도요. 늦은 밤까지 친구와 대화를 나눴어요. 그동안 왜 연락을 못 했는지에서부터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누구와 어떤 일상을 꾸리고 있는지를 얘기했죠.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기쁘다고 서로에게 말했어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둘 다 조금은 지친 상태였거든요. 이런 운명 같은 우연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계속 곱씹게 되는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 같고요. 즐거운 우연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앞으로의 일상도 조금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