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딸에 대하여'라는 영화가 개봉했어요. 몇 년 전 큰 호응을 얻었던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레즈비언인 딸과 딸의 주변 세계를 만나며 갈등, 고민, 이해를 거듭하는 요양보호사이자 엄마인 '나'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주변에서 영화가 좋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전해 들어 얼른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전시가 대전여성영화제에 이 영화의 상영 중단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 상영에 대한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였습니다. 불편해하는 시민들이 있으니 시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되는 행사인만큼 이 영화를 틀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이에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보조금을 반납하고 후원금을 모금해 영화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딸에 대하여' 상영도 원래대로 진행하고요. 마침 얼마 전 열린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열람제한 및 폐기 사태 대응 토론회 소식도 생각이 났어요. 몇몇 지자체에서 성평등, 성교육 도서를 공공 영역에서 퇴출하고자 했던 사례를 다루는 토론회였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적극적으로 방치하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여러 상황을 지켜보게 됩니다. 서로의 삶을 궁금해하고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 평등한 관계와 자유로운 표현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