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휴가 마음먹기'라는 제목의 오렌지레터를 썼었는데 드디어 휴가를 오게 되었습니다. 휴가 전날에 갑자기 마음을 먹고 훌쩍 제주로 왔습니다. 마침 스쿠버다이빙 체험 수업이 열려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해봤던 그 어떤 경험과도 비슷하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처음으로 몸에 무거운 장비를 매고 바닷물에 들어가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숨을 쉬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긴장을 풀고 숨을 편안하게 쉬니 금세 바다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바다 안에는 다양한 물살이들이 있었습니다. 물살이들에게 손가락을 뻗어 제 손과 물살이가 잠시 닿기도 했었는데 이런 접촉 자체가 저에게는 아주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산소통을 통해 호흡하는 제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 떠 있으니 우주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걱정스러웠던 건 물이 너무 따뜻한 것이었어요. 평소 샤워할 때 느끼는 물의 온도만큼 따뜻했습니다. 한여름이긴 하지만 물에 들어가면 조금은 시원할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 최근 본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제주 바다에 고수온 경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폭염 때문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고 그에 따라 바닷물의 온도도 올라가니 바다에 사는 생명체들이 바닷물의 온도 때문에 죽는 일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온도 때문에도 스쿠버다이빙 경험이 아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이 감각을 잘 되새기며 바다와 연결되고, 바다를 고민하는 일을 이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