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여러 축제가 열립니다. 저는 7월의 마지막 일요일, 카페 쓸에서 열린 파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춤을 추지'에 다녀왔어요.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과 비건 음식이 어우러진 작은 축제였습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손을 거들며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카페 쓸을 운영하고 있는 배민지 대표가 인스타그램에 쓴 "이웃, 친구들은 많지만 나는 힘이 없다"는 문장 때문이었어요. 서울혁신파크에 있는 카페 쓸은 오세훈 시장 재임 이후 서울시가 혁신파크 운영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퇴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서울시는 대규모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이유로 입주단체들을 쫓아냈지만, 쓸은 이곳을 지키며 퇴거조치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퇴거하지 않는 단체들에게 명도소송을 걸었고 지난 24일 1심 판결에서 서울시가 승소했습니다. 어떠한 소통 과정도 없이 '개발'을 이유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쫓아내는 일이 여전히 벌어집니다. 그 자리에서 일궈온 관계, 시간, 기억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해 발생하는 익숙하고도 깊은 고통이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퍼머컬처의 가치를 알리며 여러 소수자들의 거점으로 든든하게 자리해 온 쓸이 쫓겨날 위기에 처해 많은 사람이 모여 축제를 열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웃고 춤추는 사람들을 바라봤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방식으로 이 공간을 함께 지키며 깊은 연대를 경험한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