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증언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폭력의 지층들' 영화제에 다녀왔어요.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공동기획한 작은 영화제였습니다. 이곳에서 ‘빵과 대지를 위해’와 ‘되살아나는 목소리’를 봤어요. '빵과 대지를 위해'는 이스라엘 점령 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일상에서 겪는 폭력을 카메라로 촬영해 증거로 남겼고, 그 영상들이 모여 이 작품이 되었습니다.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재일 조선인 2세 박수남 감독과 딸 박마의 감독의 작품으로, 박수남 감독이 수십년간 촬영한 10만 피트 분량의 필름을 복원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선인 강제징용, '위안부', 원폭 피해자들이 오래전 남겼던 증언이 다시 살아납니다. 이 기록물을 만든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이 '증거'가 가닿을지 예상할 수 없었을 거예요. 모든 기록물이 그렇듯이요. 시도 때도 없는 이스라엘 군인의 괴롭힘을 감내해야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카메라 앞에서 일본에서 겪은 피해를 증언했던 사람들도 2024년의 한국 관객이 이 증언 위에서 펼칠 새로운 고민과 활동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기록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건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실감한 날이었어요. 독자님이 요즘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 산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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