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의 시간 저는 차 마시는 걸 참 좋아합니다. 식사 후 속을 편안하게 하기에도, 나른한 오후에 기분전환으로도, 아침을 맑게 깨우는 데도, 사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차를 마시는 일은 즐거워요.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기와 차를 골라서 제법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요. 약간 바쁜 날에는 과정을 줄여야 해서 언제 먹어도 좋은 차를 바로 꺼내 좀 더 간편한 도구로 차를 우리고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차를 마실 때는 되도록 차를 마시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향, 색, 맛을 고루 즐기는 데 5분에서 10분이면 충분해요. 그 시간 동안엔 남아있는 일도 머릿속 고민도 잠깐 내려두려고 노력해요. 그렇지 않으면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걱정과 고민을 마시게 되거든요.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는 유난히 차가 쓰거나 떫게 느껴집니다. 몸만 자리에 앉았지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면 되는데. 그런 날이 하루씩 줄어들도록 부지런히 차 마시는 연습을 해요. 물을 끓여 잠깐 가라앉는 시간을 주고, 마른 찻잎에서 나는 향과 물을 머금은 찻잎의 향은 어떻게 다른지 맡아보기도 하고요. 첫 번째 우린 차의 맛과, 두세 번째 우린 차의 맛이 진해지거나 옅어지는 것을 입안에서 충분히 느껴봐요. 다 마신 후에는 다기를 깨끗하게 닦고 통통해져서 귀여운 찻잎과 함께 볕과 바람에 말려둡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해 차를 마시는 날엔 조금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하루를 보내요. 차에 집중하는 시간, 있는 것을 그대로 기쁘게 받아들이는 넉넉한 마음이 그런 태도를 갖게 도와주거든요. 독자님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무엇을 하든, 몸과 마음이 모두 한자리에 있는 독자님만의 시간을 꼭 찾을 수 있기를 바랄게요.
- 누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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