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와 베짱이초등학교 때 방과후 활동으로 영어연극을 했어요. 처음 했던 연극이 '개미와 베짱이'였는데, 신인배우인 저는 그 중 베짱이3을 맡게 되었어요. 주인공 베짱이의 세번째 친구 역할이죠. 한 줄 뿐인 대사였지만 어찌나 설레던지. 목소리와 톤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영어를 틀리지 않으려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어요. 학예회에서 멋지게 역할을 마치고 부모님과 얼싸 안았던 기억이 나요. 그 다음은 토끼와 거북이, 마지막 연극은 신데렐라로 단독 주연을 맡기도 했으니 엄청난 발전과 성취였어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베짱이3만 그렇게 생각이 나요. 비중은 별로 없었지만 저에게는 그게 온 세상이었거든요. 한 줄의 대사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또 주인공 베짱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춤과 동작을 외우고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뭔가를 희생한다는 생각도 전혀 없이 오직 그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다짐만 가득했어요. 저의 성취를 한껏 축하해주던 부모님은 또 얼마나 힘이 됐던지요. 가끔 일을 하다보면 '자잘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정작 그 일을 자잘하게 만드는 건 제 자신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돼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일을 대단한 성취와 눈부신 기억으로 남기는 것은 나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사실. 경험으로 알고 있는데도 자꾸 잊고 마네요. 독자님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무슨 일을 하고 있든,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해보시길 바라요.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독자님에게 좋은 기억과 풍부한 밑거름으로 남을 수 있는 방향이면 더없이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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