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려받은 취향 어느 날 지인 집에 초대받아 놀러 갔어요. 베란다에 식물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여러 식물을 키우더라고요. 식물을 모르는 제가 봐도 기르기 까다로운 것이 많았는데 그마저도 이파리 하나 상하지 않고 싱싱하게 초록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지인의 어머니가 10년간 야생화 수업을 들으며 블로그를 운영하실 만큼 식물을 사랑하는 분이셨다고 해요. 지인은 어머니랑 산책하며 지나가다 보이는 풀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대요. 가끔은 듣기 지겨울 때도 있었는데, 이제 가정을 꾸린 자신이 아이들과 식물을 기르고 식물마다 특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됐다고 새삼스레 돌이켜보더라고요. 같이 자리에 있던 다른 친구도 조부모님과 전원주택에 살았던 옛 기억이 좋아서 마당이 있는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로 이사를 갔대요. 저도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저도 모르는 새 스민 저만의 취향은 무엇일지 떠올려봤어요. 어릴 적 아버지는 항상 운전하시기 전에 일본어나 중국어 회화 테이프를 틀고 행선지로 떠났어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의 기본기가 되는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독려해주시기도 했고요. 아버지가 공부하는 걸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가 생활 속 자투리 시간에 외국어 배우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대학 전공도 계속해서 외국어를 쓰는 학문으로 택했고, 베이징과 상하이에 가서 중국어를 배워오기도 했습니다(제 별명인 ‘찐쩐’도 중국어 배울 때 지은 거예요). 취향이라는 것을 똑 부러지게 설명하긴 힘들어도 저의 삶을 풍족하게 해준 건 확실해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데 겁 없이 발을 담가보고, 한국 밖 음식과 문화에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게 됐으니까요. 독자님의 취향을 채우는 건 무엇이 있나요? 별 게 아니라 생각한 것, 당연하게 여긴 것이 독자님의 취향이고, 독자님이라는 특별함을 만든 걸 수도 있겠어요.
(오늘은 춘분이에요. 오늘부터 조금씩 낮이 길어진다고 하니 독자님도 봄의 따뜻함을 더 오래 즐기길 바라요🌷)
- 찐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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