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로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점심 챙기느라 요리를 많이 하게 돼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양념을 별로 쓰지 않는 요리를 하면 20분 내외로 정성 가득 담은 한 상을 낼 수 있어요. 갓 지은 밥에 소박하게 반찬 몇 가지 곁들여 먹으면 몸도 마음도 참 편안해져요. 예전에 한 동료가 저에 대해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이라는 평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제 자신에게 엄격한 게 아니라 가혹했던 것 같아요. 유독 제 자신에게만 화를 내고, 왜 그것밖에 못 하냐며 다그치고 몰아붙이던 시절이었거든요. 밥은 당연히 '대충 때우는' 거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겐 또 세-상 친절해요. 여러 번 내 안의 이중성을 발견하면서, 문득 '왜 나는 나에게 친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나에게 불친절해도 내가 나를 아껴주는 마음이 있으면 쉽게 좌절하지 않을 텐데. 그렇게 운동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고, 나에게 맛있는 밥을 지어 먹이는 일상을 가꾸고 있어요. 매일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생기니 별일 없이 흘러가는 잔잔한 날들도 풍요롭게 느껴져요. 독자님, 오늘은 독자님에게 맛있는 음식, 좋은 풍경, 갖고 싶었던 물건을 선물해보세요. 그렇게 자신에게 친절한 날을 하루씩 늘려가다 보면 분명 같지만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