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 9월에 테이블 야자 화분 하나 들였다고 한 거 기억하세요?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테이블 야자는 무성히 자라 화분 두 개로 집을 나누었고요. 야금야금 다른 친구들을 들여 지금은 13종의 서로 다른 식물들을 돌보고 있어요. 아침 일과도 자연스럽게 식물들과 함께 시작하는데요. 커튼을 활짝 열어 구석구석 햇빛을 보게 해주고, 분무기로 빠짐없이 습도를 조절해주고요. 새잎은 나는지, 어딘가 처져있는 잎은 없는지 하나하나 관심을 두고 바라봐요. 겨울엔 다들 고요하게 잠들어있는 듯했는데, 2월 초가 되면서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거의 모든 식물에서 새잎을 차분히 올리는 거예요. 그 속도가 꽤 빨라서 지금은 한 번에 여러 개씩 새로운 줄기와 잎이 자라요. 내내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봄이 오고 있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어요. 식집사들은 2월부터 봄으로 친다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나봐, 하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요.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기만 한다고 아쉬워했는데요. 초록색 친구들 덕분에 계절이 알려주는 아주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관찰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제 인생은 조금 더 ‘삶’에 가까워졌고요. 가끔 갑작스러운 변화를 마주하면 “어쩌다 이렇게 됐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그런 변화를 맞기까지 내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작은 신호들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더 중요한 일 때문에 그런 신호를 알고도 무시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포착할 수 있었던 순간들도 우리 곁에는 참 많은 것 같아요. 독자님의 관심은 지금 어느 곳에 있나요?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순간을 기쁘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