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혹시 개똥지빠귀라는 새를 아시나요? 저는 이번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커넥티드: 세상을 잇는 과학>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감시 편에서 사람과 동물을 관찰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데요. 여러 사례 중에서 개똥지빠귀를 관찰해 미국의 허리케인 발생시기를 예측한 것이 꽤 충격적이었어요. 이름도 낯선 새가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느낌이었거든요. 성인 손바닥 안에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작은 이 새는 미국 델라웨어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가 겨울을 보내러 6,400km를 날아 브라질로 이동한대요. 굉장한 체력이죠? 개똥지빠귀는 어떤 해에는 7월 중순까지 넉넉히 번식기를 가지고, 또 어떤 해에는 6월 말까지만 머물고 황급히 떠났대요. 남미로 일찍 떠날수록 새끼를 기를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한 조류학자는 이동시기가 먹이나 포식자와 관련 있을 거라 추측했지만 개똥지빠귀의 월동채비를 재촉한 건 다름 아닌 허리케인이라고 밝혔어요. 멕시코만을 반쯤 건너다가 허리케인을 만나면 무척 곤란해지니까요. 2018년은 미국에서 가장 허리케인이 많았던 해였는데, 개똥지빠귀 역시 일찍 미국을 떠났다고 해요. 당시 과학자와 슈퍼컴퓨터는 허리케인 발생 횟수가 평균보다 낮을 거라 예측했다는데, 개똥지빠귀는 자연으로부터 어떤 단서를 찾은 걸까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나랑 전혀 상관없는 것들, 애초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들도 나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사는 곳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도 아주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개똥지빠귀가 허리케인을 예측했듯 이름 모를 어떤 새가 태풍을 예고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요. 우리와 투명한 실타래로 엮인 존재들,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이번 주는 이런 존재들을 감각하며 보내면 좋을 것 같아요. (독자님과 연결된 동물은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렌지레터에서 만든 '동플갱어' 유형 테스트로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