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도 요정이었을지 몰라요거리두기가 길어지다 보니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천릿길을 갑니다. 특히 여행이 간절해요. 지인들도 "떠나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영 그럴 수 없어서, 예전에 여행 가서 적어둔 메모를 들여다보고는 해요. 그중 웨일스의 숲길에서, 동행과 2시간 동안 산책을 하고 적은 글이 눈에 띄었어요. 당시 굉장히 습한 날씨에 지칠 때까지 걸어서 녹초가 되었는데 잠깐 고개를 들어서 멀리 보니 숲이 안개에 가려져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는 거예요. 피곤함도 잊고 경치를 감상하며, 동행에게 "요정 아니면 괴물이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저의 머리를 울렸습니다. "우리도 같은 안개 속이야. 안에 있어서 못 볼 뿐인걸"이라는 답이었어요. 맞아요. 2시간의 산책이 힘들어 헥헥거려도 동행과 함께여서 행복했던 제가 바로 그 요정(?)이었어요! 그때 '현재를 즐긴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았어요. 저 멀리 안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눈앞의 소중한 시간, 공간, 사람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여행을 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뒤로하고, 남아 있는 메모를 읽으며 깨달음을 얻은 지금을 귀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독자분들도 낙락한 한때를 보내면서도 미처 알지 못하고 나중에야 '그때 좋았지'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으셨겠지요. 몹시 어렵겠지만, 이번 주만큼은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나날을 보내시기 바라요.
- 메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