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또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답답해하는 지금을 기록하며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을 소환해봅니다. 2019년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시집이에요. 김 시인이 '산 자로서, 죽음이 시작되는 순간들에 대해 쓴' 시들이 담겨 있어요. 본인의 건강 문제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유행의 영향을 받아 시구를 써 내려갔대요. 김 시인은 제사 의례인 49재(齋)를 염두에 두고, 시집에 총 49편의 작품을 실었어요. 죽음이 시작된 뒤 하루하루를 시로 기록한 것이에요. 제목에도 하루, 이틀, 사흘…마흔 아흐레까지, 소제목이 달려 있어요. 김 시인은 시상식에서 번역가인 최돈미 시인과 "동양인이고 여자라 절대 상은 못 받는다. 그냥 축제를 즐기자"고 이야기를 나눴대요. 하지만 당당히 수상했지요. 그리핀 시문학상 측은 최돈미 시인의 말을 빌려 '한국 남성들이 오랫동안 정의해온 전통적인 문학 형식과 언어에 저항하려는 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김 시인의 시 세계를 소개했어요. 저는 '마요-마흔 아흐레'를 가장 좋아해요. 그리움의 정서가 아주 짙습니다. 이 시의 첫 줄을 인용하며 마무리할게요. '공중에 떠가는 따스한 입김 하나가 너를 그리워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