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2020년을 그려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던 게 하늘을 나는 자동차였어요. 정말 멋진 세상일 거라고 생각했죠. 평범한 아이의 상상력이었습니다. 2020년이 되고 보니,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없지만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기술의 발전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 소식에 감탄하면서도 제 자신은 기술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어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생각하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어 싫고,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따라가고 습득해야 하는 환경도 버거웠어요. 지금이야 겨우 따라가지만 10년쯤 뒤엔 그럴 자신이 없으니 아날로그형 사람들을 모아 '섬'에 들어가 살겠노라고 주변에 여러 번 얘기했죠. 그런데 막상 오늘을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제 모습과 그렇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해가 뜨면 일어나서 밥을 먹고, 지금은 회사지만 그때는 학교였을 사회적인 공간에 가고, 일과를 마치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요가를 하는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하루 말이에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시간들을 충실히 쌓고 지금의 모양새를 잘 닦아 놓은 덕에 저의 오늘도 평탄하리라는 믿음이 제 마음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그렇다면 미래의 저도 섬에 고립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잘 꾸려갈 수 있겠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오늘을 더욱 열심히 사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