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술이 억병으로 취한'이라는 표현을 만났어요. 억병으로 취한 건 얼마만큼 취한 상태를 가리키는 건지 궁금해졌어요. 낯선 표현이었거든요. 느낌상 굉장히 많이 취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 같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역시 '엄청나게 많은 술 또는 그만큼의 술을 마신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요. 평생 한국어를 쓰며 살아왔는데도 생소한 한국어 단어를 만나는 기쁨은 계속되고 있어요. 책을 꽤 많이 읽는 편이지만 소설은 그리 자주 보지 않았는데 최근엔 소설을 조금 더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불현듯 제가 사용하는 언어의 세계가 좁고 지루하게 느껴졌거든요. 소설을 읽다 보면 언어 사용의 폭이 조금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습니다. 또 생각은 언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조금 더 괜찮은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어요. 이를테면 내가 처한 어떤 상황을 설명할 때, 어떤 언어로 그 상황을 설명하느냐에 따라 상황에 대한 인식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내용도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최근에 개인적인 고민이 있었는데 잠시 멈추어 관찰하니 제가 어떤 상황의 부정적인 면을 과도하게 확대해서 보고, 그 상황 전체를 부정적인 단어로만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꼭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무조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라기보다 상황을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가까운 것 같아요. 낯선 문장, 낯선 표현을 자주 만나다 보면 생각하던 대로만 생각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