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메고 다니는 백팩이 있는데 앞주머니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아래쪽이 뻥 뚫려 물건을 넣을 수 없는 상태였어요. 수선을 계속 미루다가 며칠 전에 드디어 바늘과 실을 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작년 가을에 '죽음의 바느질 클럽' 수선 워크숍에서 배운 걸 써먹을 때가 왔다 싶었어요. 그때 몇 가지 바느질 방법을 배웠는데 사실 그 방법이 잘 기억나진 않았어요. 워크숍 팀이 쓴 책에도 바느질 방법이 간단히 설명되어 있지만 그냥 내 마음대로 해보자 싶었습니다. 사실 그 워크숍에서 제일 인상 깊게 배운 건 마음대로 하는 태도였거든요. 좋아하는 색과 질감을 가진 실을 고르고, 마음 가는 대로 천을 앞뒤로 통과하다 보면 삐뚤빼뚤한 길이 생깁니다. 그 길의 모양과 색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조합이라 오히려 더 소중한 느낌을 줍니다. 지금 제 가방에는 주황색과 초록색 실이 번갈아 나오는 길이 생겼어요. 그 책에는 '모쪼록 살려내도록'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바느질을 정갈하게 잘 해야 한다는 마음만 먹지 않으면 생각보다 쉽게 물건을 고칠 수 있습니다. 부담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음악을 켜고, 구멍이 났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할 뻔했던 물건을 꿰매다 보면 모쪼록 살려냈다는 뿌듯함이 따라옵니다. 이 가방과의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