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텃밭 농사를 지었어요. 텃밭에 식물을 키우니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절마다 무엇을 심어야 잘 자라는지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어요. 얼마 전에 텃밭을 운영하는 곳으로부터 올해 농사를 마무리 지어달라는 연락을 받아 밭을 정리하고 왔어요. 지금부터 밭을 쉬게 해야 내년에 또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키운 건 겨울시금치였습니다. 시금치를 한아름 수확해서 돌아오며 올해 키운 것들을 생각해봤습니다. 봄엔 고수, 루꼴라, 캐모마일을 심었어요. 고수와 루꼴라는 부지런히 파스타에 넣어 먹었고, 캐모마일은 잘 말려서 차로 만들었어요. 여름과 가을엔 참외, 오이, 가지를 키웠습니다.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식비도 아끼고 맛까지 좋은 열매들을 먹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지금 집에는 얼마 전 수확해 온 시금치로 만든 시금치 나물이 있어요. 작은 농사를 지으며 가장 놀란 건 식물이 가진 힘이었어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거센 햇빛과 비, 바람에도 굳건히 자라는 것을 보며 정말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작은 하나의 씨앗이 자라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도 매번 놀라웠고요. 식물을 키워내는 흙의 힘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겨울엔 땅도, 우리도 잠시 숨 고르며 돌봄과 휴식의 시간을 갖길 바라며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