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최근 자취를 시작한 저는 어지럽고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아직은 새로운 환경이 익숙지 않아서 여행지 숙소에 머무는 기분이지만(?) 오롯한 내 공간을 처음 갖게 되어 마음이 들떠요. 독립으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혼자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큼직한 가구부터 수저 한 짝까지 뭐든 제 손을 거쳐야 하더라고요. 이사 직후 필요한 물건들의 목록을 적고서 전 사뭇 심각해졌습니다. 늘 꿈꿔온 드림하우스를 위해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사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찾아 마트와 생활용품점을 헤매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기를 여러 번, 여전히 휑한 집을 둘러보며 다짐했어요. 더는 물건 사기를 미루지 말자고요. 마음가짐도 바꿨습니다. '완벽은 없다, 차라리 다채롭게 실패하자!' 덕분에 요즘은 제법 대범하게 결정을 내리고 있어요. 며칠 전엔 거실에 놓을 긴 스탠드 조명과 전구를 온라인으로 샀는데요. 전등갓에 비해 전구가 길어서 꽃의 암술 수술처럼 삐쭉 튀어나오더라고요. (전등갓과 전구의 치수를 재고 샀어야 하는 건데. 너무 대범해진 탓일까요...?) 지금 경험하는 자잘한 실패들이 나중엔 절 능숙한 자취생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실패를 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