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동네에는 어린이가 많아요. 창을 열어두고 일하다 보면 운동장에서 왁자하게 뛰놀고 있는 어린이들의 소리가 쉴 틈 없이 들리고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린이는 버튼 누르는 걸 좋아해서 층수를 대신 알려주곤 해요. 집 앞 횡단보도에선 만난 적 없는 사람이라도 어른을 보면 큰 소리로 또는 수줍게 "안녕하세요"하고 지나가는 어린이를 만나요. 평소에 모르는 사람과 인사해본 적이 별로 없는 저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제야 "어, 네, 안녕! 아니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해요. 인사성이 밝은 어린이라니 참 멋있다 생각하면서요. 어린이가 많은 동네여서 주변 상점에서도 어린이는 늘 환대를 받아요. 온 동네가 한마음으로 '예스 키즈'를 외쳐주는 환경에서, 주눅 들지 않고 부지런히 자신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를 상상하면 즐거워집니다. 부모님은 어릴 때 저한테 눈을 떼기 무서웠대요. 잠깐 다른데 보고 있으면 제가 어디론가 휙 사라졌다고요. 생각하면 서늘하지만 호기심 많고 천진난만한 어린이였던 저는 동네방네 돌아다니느라 바빴던 거죠. 무턱대고 남의 마당에 들어가기도 했다는데, 그럴 때 만난 이웃들은 싫은 내색 없이 귤 까주고 집 찾아주며, 저의 끝없는 질문에 적절히 응수해주었대요. 호기심 많던 어린이는 세상에 물을 것이 많은 젊은이로 자랐고요. 그 덕에 제 안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물음에 답하고 관찰하면서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였던 시절도, 젊은이가 된 지금도 '나'의 고유함은 변함없으니까요. 독자님은 어떤 어린이를 지나 지금의 독자님이 되었나요? 주변에 독자님만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는 어른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제정하며 쓴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 사회는 어떤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돼요. 우리 모두 주변의 어린이에게 보드라운 마음을 전하는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