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은 나무에 감겨 있는 끈끈이 롤트랩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날이 따뜻해지면 각 지자체에서 해충 방제를 목적으로 나무에 롤트랩을 감고는 해요. 살충제 살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환경 방제’라고 홍보하기도 하고요. 곤충을 죽이는데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 새들이 트랩에 붙어 퍼덕거린 흔적이 남아있기도 한데, 이 트랩을 통한 방제 작업을 친환경적이라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얼마 전엔 동료들과 함께 숲길을 걸을 일이 있었는데요, 걷다가 한 동료가 트랩에서 대벌레 몇 마리를 구해주었어요. 갑자기 늘어난 대벌레는 기후변화의 영향인데, 사람들이 만든 기후변화 때문에 늘어난 대벌레를 사람들이 또 죽이고 있었죠. 그 동료는 대벌레가 다리에 붙은 끈끈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떼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벌레가 자기의 손과 팔 위를 걸어다닐 수 있도록 선뜻 내주었어요. 저는 곤충과 전혀 친하지 않고 집에 낯선 곤충이 들어오면 혼비백산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그 동료랑 걷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곤충에 대한 마음이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그냥 익숙하지 않았던 것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곤충과 함께 공간을 써본 적이 없고, 집에서 벌레를 보는 건 달가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거든요. 낯설다는 감정이 어떻게 혐오나 공포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지 실감한 날이었어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조금씩 친해져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