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은 가끔 집에서 영화를 보시나요? 저는 집에서 영화에 집중하는 게 꽤 어렵더라고요. 특히 상영 시간이 긴 영화는요. 2015년에 나온 해피아워라는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다섯 시간이 넘는 영화라 조금 보다 멈추고, 조금 보다 멈추고를 반복했어요. 그러다 동네 도서관에서 해피아워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받고 냉큼 다녀왔어요. 그 긴 영화를 틀어준다니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다른 관객들과 함께 앉아 있고, 또 집이 아닌 공간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면 거뜬히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역시 328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나간 분들도 있었지만 긴 시간 집중할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영화였어요. 특히 '중심 잡기'에 관한 워크숍 장면이 재밌었습니다. 돌이나 의자 같은 물건을 한쪽 모서리로만 세우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진행하는 워크숍이었죠. 긴 영화답게 그 워크숍 진행 과정 전체를 보여줍니다. 의자를 한쪽 모서리로 세운 다음 손으로 의자를 약간씩 움직이다 보면 손끝에서 무게가 사라지는 한 점이 있는데 그 점을 만났을 때 손을 놓으면 의자가 선다고 설명합니다. 일상에서도 가끔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정확히 어떤 요소들의 결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괜찮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어요. 일도 생활도 무언가 나에게 딱 맞는 것 같고, 자유롭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중심이 잘 잡힌 것 같은 날이요. 아주아주 가끔이지만요. 독자님이 요즘 느끼는 무게는 어떤가요?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균형의 순간이 이따금 찾아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