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이 가끔 생각납니다. 며칠 뒤에 있을 제주 워크숍에 대한 기대로 저와 동료들은 들떠있었어요. 회사에서 일하던 중에 속보를 봤고, 그 이후 제 감정은 우리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다행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을 거쳐 슬픔과 분노로 이어졌습니다. 제주 워크숍은 예정대로 다녀왔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연말에는 회사에서 달력을 하나 만들었어요. 휴일도 기념일도 표시되어 있지 않고, 몇 마디 문구와 날짜, 그리고 흰 여백으로 가득한 불편하고 불친절한 달력이었습니다. 이 달력에서 4월 16일은 지워져 있습니다. 그날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 아픔이 극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 지났고 여전히 요원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어요. 수많은 연대와 애도, 조력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참사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취지로, 8개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모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를 개소했어요. 또한 4·16재단에서는 생명안전교육 온라인플랫폼을 오픈했습니다. 이런 소식은 연대와 애도가 어떻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우리의 기억과 연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