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집 근처 역 안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됐어요. 오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걸 보면서도 큰 감흥은 없었는데, 어제 동료들과 크리스마스 시즌 명곡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듣는 동안 번뜩 어떤 생각이 스쳐 갔어요. '뭐 했다고 벌써 12월이지?' 12월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질문이기는 해도, 특히 올해 상반기는 도대체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지난 일정이 듬성듬성 적힌 캘린더 앱, 역시 좀 빈약한 사진첩을 찾아 슬슬 그간의 행적을 살펴보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올해 상반기에 대한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뭘 '많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건 다 몰라도 날씨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친구들과 야외에서 잘 먹고 잘 떠든 거 하난 더할 나위 없이 잘한 선택이었더라고요. 독자님도 캘린더나 사진첩을 열어 '올해 이거 하난 좀 잘했는걸?' 싶은 일을 꼽아봐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