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무실은 각 층을 출입할 때마다 키카드를 찍어야 해요. 며칠 전 출근길엔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저를 앞질러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 '서둘러봐야 키카드를 가져다 대는 번거로움만 생길 것인데…' 하며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요. 어느새 문을 활짝 연 그 사람이 두어 걸음쯤 물러선 채로 제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하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일이라 당황했지만, 밝아진 마음만큼의 고마움을 담아 "감사합니다!" 하고 힘주어 인사 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받은 조건 없는 호의가 사무실로 걸어가는 동안은 물론이고, 그 뒤로도 몇 번은 더 떠올리게 될 정도로 인상적이더라고요. 고백하자면 저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두고도 아주 쪼잔해지는 타입이에요. 뒷사람이 고맙다는 말이나 묵례, 하다못해 문을 잡는 시늉이라도 하는지를 신경 쓰고, 혹여나 따라 들어온 사람이 아무런 제스처 없이 혼자 몸만 쏙 빠져나가면 뒤에서 몰래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해요. 친구들에게 이런 얘길 하면 "애초에 문을 안 잡아주면 되잖아?"라고 말하고, 그럼 저 역시도 '그러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때때로 주고받는 감사의 인사가 좋고, 그렇게 자잘하게 쌓은 인류애가 때론 절 지탱해 주는 힘이기도 해서 아주 안 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역시 언젠가는 상대의 반응과 상관없이 시원하게 호의를 베풀 줄 아는 그릇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