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음식들이 있어요. 풋국, 갈치조림, 둥근호박찌개, 고구마순김치 등등… 여러 제철 음식 중에서도 다슬기를 넣고 된장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 ‘다슬기장국’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각별한 요리예요. 제가 살던 동네에선 다슬기가 아주 흔한 편이었는데요. 해가 쨍쨍한 날이면 쭐레쭐레 어른들을 따라가서는 집 근처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고 놀던 기억이 있어요. 다슬기로 묵직해진 양파망을 흔들며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던 장면도 생생하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동네 다슬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가족들의 얘기를 자주 듣게 됐어요. 몇 해 전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나면서 다슬기가 씻겨 내려갔는데, 생태계 복원을 이유로 지자체에서 방류한 다슬기가 원래 살던 것과 다른 종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기억하는 동네 다슬기는 피가 얇고 매끈한데, 최근에 본 다슬기는 피가 두껍고 주름져 있었어요. 색깔도 더 진했고요. 익숙해서 귀한 줄 몰랐던 것들이 점차 드물어지면서 특별해지는 것에 대해 복잡한 기분이 들어요.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제라도 그 소중함을 알아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아쉬워요. 그 마음만은 달라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