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쓰고 집에서 빈둥대던 어느 날, 작은 모험(?)을 감행해 보기로 했어요. 스마트폰을 집에 둔 채 외출을 해보기로 한 거예요. 전화, 메신저 등 각종 알림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한 저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그사이에 정말 중요하고 긴급한 연락이 올 것만 같은 불안감도 엄습했지만, 확률상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 마음을 가볍게 가져보기로 했어요. 평소 좋아하던 카페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지도 앱으로 가는 방법을 검색했어요.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려 어떻게 가야 하는지 메모지에 꼼꼼히 적었고요. 비장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카페에 도착하기까지 순조롭기만 했어요. 습관처럼 확인하던 스마트폰이 없으니 낯설고 허하기도 했는데요. 매일 듣던 플레이리스트 대신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를 듣고, 비슷해 보이는 SNS 게시물 대신 시간의 흔적이 엿보이는 가게들 간판을 구경하는 것도 그것대로 좋았어요. 무사히 커피 한 잔을 마신 뒤엔 서점에 들러 책도 한 권 샀는데요. 온라인 서점 앱에 저장해 둔 도서 할인권을 쓰지 못한 건 아쉽더라고요. 다음번엔 스마트폰 없이 아주 낯선 동네에 놀러 가보고 싶어요. 목적지 없이 걷다가 별점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카페나 음식점을 골라보는 하루,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