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뭐든 지속하는 걸 어려워하는 제가 지난 십 년간 꾸준히 해내고 있는 게 있어요. 바로 '일기 쓰기'예요. 재밌는 일이 생겼을 때나 슬프거나 화가 나서 감정을 쏟아내고 싶을 때, 머리가 복잡해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면 일기를 써요. 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가 막상 펜을 들면 서너 줄 만에 흥미가 사라지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대체로 가볍게 시작했다가도 손이 저릿해 올 만큼 오래 쓰게 돼요. 아마도 정돈되지 않은 글쓰기가 용납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라서 일기장 앞에선 유난히 수다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복잡한 그대로 종이에 옮겨놓고 나면 속이 다 개운해지는데요. 그럴 때마다 예전에 동료가 들려준 "기록을 하는 이유는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서"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일기 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팁 중 하나는 일기장으로 쓸 노트를 아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에요. 예쁜 일기장엔 뭐든 적고 싶어지는 법이거든요. 작년에 산 저의 오렌지색 유선 노트는 이제 3분의 1 정도만 남았어요. 조만간 사게 될 새로운 일기장을 기쁜 마음으로 탐색해 봐야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