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사는 엄마를 몇 년에 한 번 밖에 볼 수 없었는데요. 몇 달 전부터 평일에는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육아를 하게 돼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가 되었어요.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번갈아 느껴요. 주말 아침,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스킹 테이프에 '시금치', '취나물'이라고 써 붙인 유리 용기가 보였어요. 추억처럼 오랜만에 나타난 엄마의 글씨체여서일까요? 어떤 의미가 담긴 문장은 아니어도 또박또박 적힌 짧은 단어가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저도 오랜만에 엄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마침 어버이날이 다가오기도 해서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자에 꾹꾹 눌러 적어 보내고, 고맙다는 답장을 받고 나니 그동안 자주 볼 수 없어 멀어진 마음의 간극이 조금은 줄어드는 듯했어요. 앞으로는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가끔 소중한 이들을 향한 마음을 직접 쓴 글씨에 담아 보내려고 해요. 제가 엄마의 글씨를 보고 따듯한 하루를 시작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하루도 따듯해지길 기대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