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9주기를 앞두고 있어요. 일 년 전 오렌지레터는 #기억은힘이세지 캠페인을 소개하며,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이 안전해질 수 있다'는 기획의도를 전했어요. 캠페인 참여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일상을 기록한 사진은 조각조각 모여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하나의 큰 움직임이 되었습니다. 언뜻 단조롭고, 당연해 보이는 순간을 생활에서 포착해 새롭게 감각하는 것 또한 거대한 사회적 재난을 기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덕분에 알 수 있었어요. 지난 수요일 <장기자랑>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어요. 세월호참사와 아이들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연극을 택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야기인데요. 영화는 연극 준비 과정에서 생기는 요모조모를 재기발랄하게 담아냅니다. 무대 위에서 돋보이기 위해 늦은 밤까지 홀로 춤 연습에 매진하는 배우, 배역 캐스팅으로 인한 갈등 끝에 잠적을 감행하는 배우 등 인물 한 명 한 명을 생기있게 조명하고 있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수 있겠지. '엄마가 애 보내고 나서 뭐가 그렇게 좋아서 저렇게 하면서 살 수 있지?'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냥 나는, 더 멋지게 살고 싶을 때도 있어요." 영화 속 영만 엄마 이미경씨의 말은 현재에 매진하며 자신의 빛나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 역시 더 잘 기억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생각하게 합니다. <장기자랑>을 연출한 이소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세월호 가족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그 궁금하신 분들에게 반가운 안부를 전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말했어요. 우리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또 희생자 가족분들께 안부를 전하는 한 주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