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3월8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미리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건네요! 작년 이맘때, 오렌지레터에 소개된 국제앰네스티 레디백 '잘・잘・잘' 키트를 신청했었어요. 세계여성의날이 있는 3월을 맞아 여성에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키트를 무료로 보내주는 이벤트였죠. 키트 구성도 알찼지만, '여성을 향한 환대의 경험'을 선물하려는 운영진의 세심함이 인상적이었어요. 오렌지레터도 독자님에게 조건 없는 환대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첫 문장을 적었습니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어요. 회사의 비밀을 공유하며 얽혀버린 주인공 지영과 희진은 나란히 쪼그려 앉아 여느 때처럼 아웅다웅하기 시작해요. 꾹꾹 눌러왔던 감정의 둑이 터지고 만 지영은 화풀이하듯 희진을 쏘아붙이고, 옆에 있는 나무막대에 몸을 의지한 채 울음을 터뜨립니다. 희진은 지영의 눈물을 닦아주거나 어깨를 감싸 안는 대신, 휘청이는 나무막대를 두 손으로 꼭 붙들어줘요. 예상치 못한 위로법에 픽 웃고 말았지만, 동시에 이상적인 연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기꺼이 상대의 안전장치가 되어주니까요. 독자님, 우린 어떤 점에선 아주 비슷하고 어떤 점에선 아주 다른 사람일 거예요. 그렇지만 여전히 각자의 지지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줄 수 있을 만큼은 가까운 사이이고요. 자, 우리 서로의 휘청이는 나무막대에 살포시 손을 얹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