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시작을 태국에서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왔어요. 두꺼운 겨울 외투는 한국에 남겨놓고, 백팩 하나에 태국에서 2주 동안 입을 옷가지와 간단한 생활용품만 챙겨 들고 갔어요. 저와 일행은 방콕에서 며칠 머물다 두 번째 행선지인 조용한 섬으로 떠났습니다. 버스로 6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선착장이 있었는데, 다음 목적지에 닿기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긴 휴가를 자주 갈 수 없으니 어떻게든 이 기간 안에 본전을 뽑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아요. 유튜브와 여행책으로 미리 가보고 싶은 곳을 살펴보고 구글맵스에 여기저기를 찜해두며, 모두 들러보겠다고 욕심을 냈거든요. 매번 지도 앱을 켜서 여정에 드는 시간을 체크하다,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한국과 다른 주택의 구조와 색감, 지형도 눈에 들어오고, 운전기사와 승무원이 있는 버스 운영도 신기해 보이더라고요. 고온 저습한 온도와 곳곳에서 너울거리는 야자수, 누군가에겐 겨울인 계절을 얇은 옷을 입고 맞이한 사람들도 새롭게 느껴졌어요. 콘텐츠 하이라이트만 꼬집어 챙겨보고, 영상은 1.25 배속으로 보던 습관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원래 인생이 가져다주는 속도에 몸과 마음을 맞췄어요. 해가 뜰 때쯤 일어나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 내 바다와 수영장에서 첨벙거리며 물놀이하고요. 붉은 태양이 하늘에 부서지는 일몰의 순간을 멍하니 바라만 보기도 했어요. 일정과 일정 사이의 여백도 온전히 즐기며 여행을 잘 마치고 왔습니다. 다시 저의 일상은 도시의 속도를 밟아가고 있지만, 이따금 ‘빨리감기’ 없이 하루를 오롯이 보내는 것도 좋더라고요. 독자님도 이번주는 세상이 채근하는 속도 말고 독자님이 소화할 수 있는 속도로 찬찬히 보낼 수 있길 바랄게요.